저는 수채화와 과슈를 활용해, 손으로 직접 그리는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. 인물을 중심으로 한 장면 속에서 감정의 순간을 포착하고, 그 안에 담긴 서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. 손그림 특유의 붓 터치와 물감의 스며듦, 그리고 따뜻한 색감은 화면에 정서적인 온기를 더해주며, 관람자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자 합니다.

대표작 중 하나는 정면을 바라보는 인물이 왼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고, 그 위를 보라색 꽃으로 덮고 있는 장면입니다. 이 꽃은 감추고 싶은 기억이나 바라보기 어려운 감정을 상징하며, 인물의 시선과 표정은 그 감정의 이면을 조용히 드러냅니다. 단순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이지만, 인물과 꽃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깊은 해석이 담겨져 있어 관람자의 감정의 여운을 끌어냅니다.

제 작업에서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,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주 등장합니다. 자연의 색과 형태를 빌려 마음의 언어를 표현하고, 인물과 꽃이 어우러진 장면을 통해 관람자와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그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.